도공의 힘으로 척신을 물리치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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도공의 힘으로 척신을 물리치다
황유진(여, 19세) / 부산중앙도장
5월 1일 태모님성탄치성을 맞아 태을궁에서 도공을 할 때였습니다. 종도사님께서 도공을 내려주셨는데 ‘지기금지원위대강’ 주문을 외울 때 커다란 물고기가 저를 향해 입을 크게 벌렸습니다. 입 안에는 하얗고 커다란 옥구슬이 있었습니다.
꼭 가져가란 듯이 계속 입을 벌리고 있었는데 그 구슬이 물고기에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서 제가 ‘정말 가져가도 되냐’고 물었습니다. 그랬더니 그 물고기가 어서 가져가란 듯 입을 다물지 않았습니다. 제가 그 구슬을 꺼내자 제 옆에 떠다니던 마물魔物을 잡아먹고는 바다로 들어갔습니다.
그리고 다른 주문을 외웠을 때는 커다란 붉은 연꽃의 중심에 탐스러운 붉은 구슬이 보였습니다. 하지만 그것은 가져가면 안 될 것 같았고 그래서 쓰다듬었습니다. 쓰다듬으니까 색깔이 더 붉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.
5월 2일 도공을 할 때에는 척신이 여럿 보였습니다. 한 신명은 거지 차림에 저희 집 물건을 몰래 훔치길래 머리카락을 잡고 “네가 우리 집 물건을 훔쳤냐? 두 번 다시는 오지 말아라”고 밀쳤습니다. 그 신명은 도망갔고 문이 저절로 닫혔습니다.
또 한 신명은 저에게 해코지를 하려고 왔습니다. 저는 그런 신명에게 ‘악귀잡귀금란장군’ 주문을 외치면서 쫓아내려고 했으나 너무 기운이 세서 힘들었습니다. 그런데 포감님께서 저를 향해 주문을 외치며 힘을 주셔서 쫓아낼 수 있었습니다.
그리고 도공 초반에 주문을 외우는데 보자기에 싸인 갓난아기가 울고 있었습니다. 그 옆에 젖병이 있길래 제가 아기에게 물려서 먹였습니다. 아기는 열심히 먹다가 피곤한 듯 편하게 잠들었고 전 그런 아기를 둥개둥개 해주고 있었습니다. 그러자 어떤 여자가 나타나서 지금 뭐하냐고 하면서 아기를 확 빼앗아 갔습니다. 저는 그 여자를 향해 아기가 무슨 죄가 있냐고 말했습니다.
그리고 한 남자아이가 나타나더니 저에게 자그맣고 빨간 복주머니를 주었습니다. 그 아이는 아까 갓난아이가 자란 것 같았습니다. 복주머니에는 구슬 몇 개가 들어가 있는 것 같았는데 아이는 너무도 뿌듯한 표정으로 저에게 그 복주머니를 건네주면서 받으라고 하였습니다. 제가 받지 않으려고 하자 그 복주머니가 파랗게 변했습니다. 복주머니가 그 아이에게 소중한 것 같았지만 안 받을 수가 없어서 받았습니다. 제가 받는 것을 보고 그 아이는 뒤에 있던 여자를 데리고 행복한 걸음으로 저에게서 멀어졌습니다.
그리고 다른 주문을 외우자 또 다른 예쁜 여자아이가 다가왔습니다. 저에게 엄마라고 불렀습니다. 저는 그 아이에게 나는 지금 네 엄마가 아니니까 나중에 결혼하고 보자고 하면서 머리를 쓰다듬고 안아주었습니다. 그런데 아이 뒤로 무서운 느낌의 신명이 보였습니다. 아무래도 아이는 그 신명을 피해 저에게 달려온 것 같았습니다. 제가 그 신명을 쫓아내려고 했으나 상대가 안 될 것 같아서 내가 크고 나면 나중에 보자고 말하였습니다.
도공 주문이 다르게 바뀌자 기모노를 입은 한 여자가 언덕에서 길을 내다보면서 하염없이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.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면서 초조하고 설레어 하였습니다. 이윽고 한 남자가 헐레벌떡 뛰어와 그 여자를 안아주고 큰 나무 밑으로 가서 서로 다정하게 사랑을 약속하고 있었습니다.
마지막 주문을 외울 때는 문밖에 빼곡히 서서 안쪽의 저를 쳐다보고 있는 신명들이 보였습니다. 기회를 노리고 틈만 보이면 저한테 올 것 같아서 제가 밖에 있는 신명들에게 절대 이 안으로 들여보내지 않을 거라고 엄포를 놓았습니다.
‘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으니까 그냥 가라’고 했습니다. 그런데 그중 한 신명이 안으로 들어왔습니다. 그러자 저에게 큰 망나니 칼이 생겨 그 칼로 그 신명의 몸을 베었습니다. 저는 문 뒤의 신명들에게 들어오면 이렇게 될 거라고 겁을 주었습니다.
오늘 도공 들어가기 전에 척신을 물리칠 힘을 주시고 아버지 사업이 잘되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그 덕분에 오늘 이렇게 큰 힘을 받은 것 같습니다. ◎